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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조직에 납치당한 아이가 그들의 아들로 길러진다? 충격적이고 위험할 수 있는 소재를 단지 자극적인 흥밋거리로 소비하지 않고 단단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했습니다. 내면의 공포를 괴물이 되어 극복한 자와 괴물을 삼켜 극복한 자의 이야기. 오늘은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줄거리와 정보를 살펴보고 감상평을 남기겠습니다.
줄거리
범죄조직 '낮도깨비' 일당에게 유괴당해 아들처럼 자란 화이(여진구). 다섯 아버지들에게서 사격, 격투, 운전 등을 배웁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화이의 재능을 눈여겨본 진성(장현성)은 외국에 있는 미술학교에 유학 보내려 하고 리더인 석태(김윤석)는 자신들과 같은 범죄자로 만들려 합니다. 석태는 괴물의 환영에 시달리는 화이를 강하게 키우려 범죄현장으로 데려가 직접 사살하게 하지만 화이는 망설이다 실패합니다. 한 건설업체가 철거를 거부하는 부부를 살해해 달라는 의뢰를 하고 석태는 화이를 범행에 가담시킵니다. 부부는 바로 화이의 친부모.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화이는 집안의 동태를 살피러 먼저 잠입하는 역할을 맡아 부부의 집으로 몰래 들어갑니다. 몸이 아파 집안에 있던 선자(서영화)가 낯선 사람의 침입을 눈치채고 몸을 숨긴 후 남편 형택(이경영)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하고, 화이는 선자를 발견했지만 못 본 척합니다. 형택이 돌아와 '낮도깨비' 일당에게 협박받는 동안 선자가 달아나버리고 범수(박해준)가 뒤를 쫓습니다. 선자를 못 본 척해주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 석태는 화이에게 직접 형택을 살해하라 지시합니다. 혼돈에 빠진 화이는 석태의 압박에 못 이겨 결국 형택을 죽이고 맙니다. 형택의 집에서 가져온 어린아이 사진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화이는 다시 형택의 집으로 향하고 죽은 형택이 자신의 친아버지란 사실에 경악합니다. 화이는 아들도 남편도 잃은 선자가 자살하려는 순간 그녀를 구출해 병원에 입원시키고 건설업체에서 보낸 깡패들이 선자를 죽이려 하자 격투해 구해냅니다. 선자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고 진성을 찾아가 총을 겨누며 진실을 묻는 화이. 진성은 끝내 진실을 말해주지 않고 저항 없이 죽음을 선택합니다. 화이는 '낮도깨비' 일당의 무기고를 털어 도주하고 기태(조진웅)와 동범(김성균), 범수가 그 뒤를 쫓습니다. 과연 화이는 '낮도깨비' 일당을 따돌리고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보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는 2013년 10월에 개봉한 액션, 스릴러 장르 영화입니다. 239만 명의 관객이 영화를 보았으며 7점 대의 평점을 받았습니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연기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유령(1999)>의 각본을 쓰고 <지구를 지켜라(2003)>를 제작한 장준환 감독의 작품입니다. <지구를 지켜라>는 평론가나 관객들에게 호평받았으나 흥행이 아쉬웠습니다. 김성훈 감독의 작품 <끝까지 간다>의 1인 포스터가 그러했듯 포스터가 영화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해 안타까웠으나 다행히 이번 영화는 좀 더 상업적으로 접근했고 포스터도 괜찮아 보입니다. 김윤석, 여진구,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박해준, 남지현, 유연석, 우정국, 김영민 등이 출연하며 이경영, 문성근, 박용우의 얼굴도 볼 수 있습니다. 이수광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데 화이라는 나무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설정이라고 합니다. 관객들은 10대인 여진구의 훌륭한 연기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10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신인남우상, 3회 마리끌레르 영화제 파이오니어 감독상, 5회 올해의 영화상 신인남우상, 3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 34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음악상, 21회 대한민국 연예대상 신인남우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넷플릭스,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감상평
환경과 교육이 타고난 천성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아니다'입니다. 이번 영화의 가장 큰 무기는 10대인 여진구의 연기입니다. 교복을 입고 순수한 얼굴로 웃다가 괴물을 마주해 두려워하고, 석태의 카리스마에 눌려 그가 하라는 대로 따르다가 위급할 때 수준급의 액션을 선보이는 다각적인 인물을 훌륭히 소화합니다. 석태의 압박에 못 이겨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형택을 총으로 쏘는 장면이나 친모의 죽음을 목격하고 오열하는 장면은 그의 진가를 드러내주는 장면들입니다. 김윤석의 카리스마, 조진웅의 말더듬이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JNU 건설 회장 전승기(문성근) 회장이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설정이 특이했고 부패한 형사 창호 역의 박용우, '낮도깨비' 일당에 대한 복수심으로 그들을 쫓는 형사 최정민 역의 김영민 역시 존재감 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친부와 양부를 죽여야 했던 화이의 기구한 운명은 잔인한 설정이면서 안타까움이 더한 부분입니다. 석태와 화이는 괴물의 환영을 보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석태는 괴물이 되어 극복했고 화이는 괴물을 삼켜 극복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선택은 결국 스스로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본인의 몫이라는 깨달음을 주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