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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호소하지 않는 담백함으로 돌아왔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가 가슴이 뜨거워지는 성웅 이순신 장군의 영화입니다. 결과까지 알고 있는 한산도 대첩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재현했을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오늘은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정보 및 줄거리, 관람 포인트를 살펴보고 감상평을 남기겠습니다.
정보 및 줄거리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2022년 7월에 개봉한 액션 드라마 장르의 영화입니다. 2014년에 개봉한 [명량]의 후속작이자 그보다 5년 전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오리지널 영화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입니다. 312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었고 726만 명이 관람했습니다.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택연, 박지환, 김향기 등이 역사 속 인물들을 연기합니다. 1592년 4월, 조선은 임진왜란 발발 후 불과 15일 만에 수도 한양을 빼앗기고 선조마저 의주로 피신한 상황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앞선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데다 거북선은 파손되었고, 거북선의 도면마저 첩자에 도난당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입니다. 적장 와키자카는 이 기세를 몰아 한산도 앞바다로 해군 모든 병력을 집결시킨 상태입니다.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에서 조선 해군 내부에서는 공격을 할지 말지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순신 장군은 드디어 결단을 내리고 견내량으로 향합니다. 와키자카가 이끄는 100여 척의 배들을 눈앞에 두고 운명의 전투를 시작하게 된 이순신 장군. 역사적으로 워낙 유명해 전투의 결과를 알고 있지만 그 과정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관람 포인트
한산도 대첩은 견내량 대첩으로도 불리는데 와키자카가 이끄는 73척의 함대를 학익진으로 초토화시키고 대승을 거둔 전투입니다. 행주대첩, 진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명성에 걸맞게 단연 해상 전투씬이 압권입니다. 거북선 머리가 들어갈 때 숨을 멈추고, 다시 나올 때 환호할 만큼 그 쾌감이 상당합니다. 그 장면을 다시 봐도 여전히 전율할 것 같습니다. 이런 웅장한 전투씬이 바다가 아닌 세트장에서 크로마키를 배경으로 해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노력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마치 바다 위에 함께 있는 듯 파도 소리, 포격 소리, 총포 소리, 배와 배가 충돌하는 소리, 북소리가 어우러져 전투의 급박함과 처절함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해상 전투씬이 벌어지기까지의 각 진영의 지략 싸움도 흥미롭습니다. 서로 첩자를 보내 정보를 캐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전술을 구상하는 과정은 후반부 전투신을 위한 밑그림이며 전투신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줍니다. 교과서에서 보고 말로는 숱하게 들었던 학익진이 영상에서 재현될 때는 소름이 돋습니다. [명량]의 등장인물들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의 프리퀄 작품입니다. 일본인 준사는 왜 이순신의 편에서 싸우는지, 정보름([명량]의 정 씨 부인)과 임준영은 어떻게 부부가 되었으며 정 씨 부인이 말을 못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영화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감상평
"지금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누가 봐도 불리한 싸움에서 흔들리지 않는 굳은 의지로 일본에 맞선 이순신 장군.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을 매우 존경한다 밝힌 바 있으며 난중일기를 찾아 읽을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명량(2014)]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2015)] [노량: 죽음의 바다(2021)] [한산: 용의 출현(2022)]까지 작품을 이어온 것을 보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 진심이 충분히 느껴집니다. 이전까지는 이순신 장군의 영웅적인 면모에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상대 적장 와키자카의 입장을 함께 그려냈다는 점이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새로운 이미지의 와키자카를 그린 변요한 배우의 연기 또한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적장 와키자카는 뛰어난 지략을 가진 인물인데 그런 와키자카에게 승리함으로써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면모를 한층 더 부각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의 총에 화살로 대응하는 오프닝은 열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의연히 맞서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장면입니다. 한산도 대첩은 워낙 유명한 역사적 사실이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다룬 소재이기 때문에 감독의 입장에서 결코 다루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뻔하거나 진부하지 않게 129분을 이끌어 간 점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거북선과 학익진을 좀 더 새롭고 웅장하게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영화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