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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마을. 비밀로 가득한 사람들. 보이는 것을 믿기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자꾸 거슬립니다. "제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여리고 나약한 인간의 습성을 뚫고 들어온 구원자들의 이야기. 오늘은 영화 <이끼>의 정보와 줄거리를 살펴보고 감상평을 남기겠습니다.
정보
영화 <이끼>는 2010년 7월에 개봉한 드라마, 범죄 장르 영화입니다. 335만 명이 관람했고 7점 대 평점을 받았습니다. 관객들은 연기와 스토리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투캅스(1993)> <실미도(2003)> <공공의 적> 시리즈, <전설의 주먹(2013)>등으로 알려진 한국영화계 대표 감독 강우석의 작품입니다. 정재영, 박해일, 유준상, 유선, 허준호, 유해진, 김상호, 김준배 등이 출연해 163분 동안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였는데 웹툰은 이미 유명했다고 합니다. 깊은 주제의식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호평을 받아 2007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2010년에 소설로도 출간되었습니다. 제목이 '이끼'인 이유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이끼가 촘촘하게 돌을 덮고 있듯이 무엇인가를 덮고 있다는 것을 빗대었다고 설명했습니다. 31회 청룡영화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8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남우조연상, 19회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 47회 대종상 영화제 감독상, 촬영상, 미술상, 음향기술상, 18회 춘사영화상 춘사대상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조명상, 음악상, 편집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
유해국(박해일)은 아버지 유목형(허준호)의 부고를 받고 마을로 갑니다. 마을의 분위기는 매우 이상합니다. 천용덕 이장(정재영)의 말은 신과 같았고 마을 사람들은 해국을 심하게 경계하며 장례를 끝낸 후 얼른 서울로 돌아가라 재촉합니다. 해국은 유목형의 집을 살피다 바닥에 있는 통로를 발견합니다. 그 통로는 전석만(김상호)의 집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아버지 재산이 전부 천용덕에게 넘어간 것을 알게 된 해국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아버지의 죽음에 비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국은 박민욱 검사(유준상)에게 조사를 부탁하고 마을에 머물며 비밀을 밝히기로 결심합니다. 슈퍼주인 영지(유선)의 집에 머물게 된 해국. 어느 날 밤 마을 남자들이 차례로 영지 방에 드나드는 것을 목격하고 모두 심상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 오는 밤 슈퍼 집으로 돌아오다 마을 남자들이 자신의 험담을 하는 것을 듣고 기분이 상해 아버지의 집으로 가 잠을 청하는 해국.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순간 현관에 달아놓은 센서등이 켜지고 빗속에 우비를 입고 밧줄을 든 채 서 있는 김덕천(유해진)과 마주하게 됩니다. 깨어 있는 해국을 보고 당황해 횡설수설하다 돌아가는 덕천. 해국은 자신의 의심을 확신합니다. 석만이 만물상으로 출근한 후 석만의 방을 뒤지기 시작하는 해국. 하지만 잠시 후 돌아온 석만에게 공격당해 부상을 입고 산속으로 도망갑니다. 추격전을 벌이다 해국이 던진 돌에 맞은 석만은 벼랑 아래로 떨어져 사망하고 뒤쫓아온 천용덕과 덕천은 죽어있는 석만을 목격합니다. 시침을 떼며 나타난 해국에게 이상함을 느낀 천용덕. 석만의 장례식장에 나타난 해국에게 하성규(김준배)는 '네가 알고 싶은 것 우리 집에 있으니 찾아서 조용히 마을을 떠나라'라고 얘기합니다. 성규의 집을 찾은 해국은 성규에게 공격당합니다. 과연 유목형과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해국은 무사히 마을을 벗어날 수 있을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상평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명작입니다. 사람들을 구원하고자 한 유목형과 갱생하겠다는 천용덕. 방식이 다르고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달랐기 때문에 그들의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지의 대사 중 '유목형은 구원해 주고 천용덕은 복수를 해주었다'는 말에서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석만과 성규의 과거는 충격적이었는데 석만은 산속에서 살인하고 산속에서 죽고, 성규는 화재로 살인하고 화재로 죽는 최후를 맞이하였다는 것이 인과응보를 떠올리게 합니다. 마을의 영주처럼 가장 높은 곳에 거처를 두고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지배하는 천용덕은 갱생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인물입니다. 유목형은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사람들을 구원하겠다고 했지만 출애굽기 구절을 인용해 폭력으로 영지의 복수를 대신해 준 시작부터 위험해 보였습니다. 성경을 자신의 생각대로 해석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 것 같아 아찔했습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선인지 악인지 알 수 없는 묘한 눈빛으로 관객들까지 헷갈리게 만든 박해일이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천용덕, 석만, 성규, 덕천, 미스터리한 영지까지 모두 멋진 연기로 영화를 이끌어갑니다. 결말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고 원작 웹툰과 비교하는 평도 있지만 몇 년 뒤 다시 봐도 예전의 긴장감이 느껴지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