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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는 크게 홍보하지 않아도 영화를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는 법입니다. 변요한. 박정민. 두 배우가 유명해진 후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듯 보게 된 영화인데 외모는 지금보다 풋풋하지만 역시 그들의 연기력은 어디 가지 않습니다. 오늘은 영화 <들개>의 정보와 줄거리를 살펴보고 감상평을 남기겠습니다.

 

정보

영화 <들개>는 2014년 4월 개봉한 범죄, 드라마 장르 독립영화입니다. 김정훈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이자 데뷔작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업영화 쪽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토요근무(2011)> <재난영화(2011)> <목격자의 밤(2012)> <세 개의 거울-Trap(2013)> 등 단편영화계에서 유명했던 변요한이 사제 폭탄을 만드는 정구 역으로, <파수꾼(2011)>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인 박정민이 폭탄을 터뜨리는 괴짜 효민 역으로 출연합니다.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연기가 호평받아 8점 대의 높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3,408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들의 시한폭탄 같은 이야기는 102분 동안 이어집니다. 제26회 도쿄영화제 초청작이며 웨이브, 왓챠에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

-폭탄 배송합니다.

고등학생 정구(변요한)는 선생님에게 구타당한 후 화가 나 선생님의 차에 본인이 만든 폭탄을 설치합니다. 폭탄이 생각보다 크게 폭발해 선생님이 다치게 되고 정구는 당황합니다. 그로부터 11년 후 대학교 조교 정구는 면접에서 실수를 하고 낙담해 집으로 돌아갑니다. 친구집에 얹혀살던 그는 여전히 사제 폭탄을 만든다는 이유로 친구와 말다툼을 한 후 집을 나와 폭탄 제작 창고로 향합니다. 정구는 인터넷에 폭탄을 보내준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신청자에게 폭탄을 발송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교수에게서 무시하는 발언을 듣고도 괜찮은 척 참고 조교 선배에게 잔소리를 듣던 중 교내 스피커가 갑자기 꺼져 버립니다. 효민(박정민)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스피커의 전선을 끊어버린 것이었습니다. 한편 효민에게 도착한 정구의 폭탄. 효민이 택배차에 폭탄을 도로 집어넣어 실제 폭탄이 터지고 사건은 TV로 방송됩니다. 방송을 보고 놀란 정구가 현장으로 달려가고 그곳에서 효민을 보게 됩니다. 정구는 폭탄을 포장했던 것과 같은 포장지로 박스를 포장해 효민이 다니는 장소에 갖다 놓습니다. 효민은 폭탄을 보낸 사람이 주변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를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씁니다. 경찰서에 전화해 자신이 폭탄을 터뜨렸으며 지하철역 출구 쓰레기통에 3억을 넣어놓지 않으면 주유소를 폭파하겠다 전합니다. 통화 내용을 엿들은 정구가 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고 드디어 효민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 끝낼 때가 된 것 같다.

폭파는 생각보다 시시하게 끝나버리고 효민은 오갈 데 없는 정구를 자신의 집에 데려갑니다. 고등학생 당시 자신을 수사했던 오 형사가 정구를 찾아오고 정구의 전과를 알고 있던 백 교수는 연구실 직원들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해 버립니다. 다음 날 학교 곳곳에 정구의 전과에 대한 내용이 적힌 대자보가 붙고 백 교수에게 '이제 연구실에 출근하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습니다. 화가 난 정구는 백 교수의 차량에 폭탄을 설치한 후 그의 차를 따라가며 폭탄을 터뜨릴 기회를 엿봅니다. 그러다 백 교수에게 연락이 오고 '옛날 일인데 신경 쓰지 마라. 더는 말이 안 나오게 내가 정리하겠다'는 말을 듣습니다. 당황하던 정구는 대자보를 붙이고 백 교수인 척 문자를 보낸 사람이 효민임을 짐작합니다. 화가 나 다그치는 정구에게 사과는커녕 비아냥거리는 효민. 그 뒤로도 폭탄을 빌미로 정구를 괴롭히던 효민은 오 형사에게 연행됩니다. 어느 날 정구 앞에 나타난 효민은 입대 사실을 알리고 정구는 안도합니다. 하지만 효민은 다시 돌아와 정구를 협박해 폭탄을 직접 터뜨리라 요구합니다. 효민은 정구가 만든 폭탄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에 그것이 발각되면 정구는 꼼짝없이 범인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폭탄 스위치를 누른 정구는 승리에 도취된 효민을 스패너로 내리칩니다. 폭탄 제작 창고에 효민을 두고 폭탄을 터뜨린 후에야 효민과의 악연은 끝이 납니다. 어느 날 아침 정구는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지하철을 타고 첫 출근을 합니다.

 

감상평

폭탄 생산자와 집행자. 섬세한 정구와 거친 효민은 상반된 인물이라 흥미로운데 변요한과 박정민 배우가 뛰어난 연기력으로 그러한 특징을 잘 드러내주었습니다. 정구가 친구 집에 얹혀살며 눈치 받는 장면이 매우 사실적이고 정구의 불편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척 연기하며 교수에 순응하고 비위를 맞추는 모습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라 씁쓸했습니다. 제어가 되지 않는 효민을 달랬다가 화내다가 사과하는 장면은 함께 답답함을 느낄 정도인데 정구의 복잡한 심경을 보여주는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직접 터뜨리지 않을 뿐 폭탄을 계속 만들고 비겁하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터뜨리는 행동을 하는 정구는 박수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효민은 제멋대로 굴고 다른 사람의 곤란을 신경 쓰지 않는 캐릭터라서 그런 효민에게 끌려 다니는 정구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밉고 사라졌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박정민이 효민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정구는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폭탄을 터뜨리는 효민처럼 살았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가고 조교 생활을 하면서 현실과 타협하고 적당히 포기하는 법을 배우며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겁니다. 궁지에 몰린 정구의 선택은 충격적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결국 폭탄으로 해결한 후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그 일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살면서 다시 폭탄 스위치를 누를 일이 발생하지 않을지 의문입니다. 가슴속에 효민을 품고 현실에서는 정구처럼 행동하는 현대인들. '누구나 가슴속에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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