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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은 시간이 흐른 뒤 재평가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총격으로 18년의 독재를 끝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결국 당사자와 주변의 것들이 만들어낸 나비효과일 것입니다. 동지였던 그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등 돌리게 되기까지 감정선을 그리며 조금은 다른 각도로 사건에 접근했습니다. 오늘은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줄거리와 정보를 살펴보고 감상평을 남기겠습니다.

 

줄거리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미국 청문회에 참석해 박정희 대통령(이성민)의 독재와 부정부패를 폭로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김규평(이병헌), 곽상천(이희준)과 대책을 논의합니다. 김규평은 박용각을 설득해 막아보겠다며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박용각은 대통령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김규평에게 충고하지만 김규평은 박용각이 쓴 회고록을 받아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곽상천은 대화 없이 밀어붙이는 성격으로 국가가 아닌 대통령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인물이라 반대 성향의 김규평과 사사건건 충돌합니다. 미국이 대통령 집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사실을 곽상천이 발견해 김규평에게 무능하다며 질타하고 박용각이 쓴 회고록이 누군가에 의해 출판되어 김규평은 곤란한 처지에 놓입니다. 곽상천이 부하를 통해 자신을 도청하고 있었고 회고록 유출에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 판단한 김규평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찾아가지만 대통령은 곽상천과 함께 냉정하게 지나가버립니다. 신임을 잃은 것 같아 답답하고 복잡한 심경의 김규평. 어느 날 대통령이 김규평을 찾아와 자신이 책임질 테니 박용각을 처리하라는 지시를 합니다. 대통령을 위해 함께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박용각. 고민하던 김규평은 결국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으로 박용각을 죽이고 잔인하게 뒤처리합니다. 김규평은 대통령에게 박용각을 암살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계엄령을 해제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대통령은 건방지다는 식으로 답하며 박용각이 숨긴 돈의 행방을 묻습니다.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박용각을 죽이면서까지 대통령에게 충성했으나 돌변한 대통령의 모습에 김규평은 배신감을 느낍니다. 대통령과 곽상천이 단둘이 만나 회동을 하고 도청을 통해 내용을 듣게 된 김규평. 대통령이 자신을 감시하고 도청했으며 배신자라 칭하면서 곽상천에게 죽이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에 충격을 받습니다. 공식행사에도 자신을 빼놓고 움직이는 대통령을 보며 자존심이 상하고 모멸감을 느낍니다. 대통령의 진심을 알게 된 김규평은 거사를 준비합니다. 과연 김규평의 거사는 성공할 수 있을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보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2020년 1월에 개봉한 드라마 장르 영화입니다. 1979년 10월 26일에 일어난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10.26 사태)을 소재로 한 실화 기반 영화입니다. 기자 출신 작가 김충식의 소설이 원작인데 52만 부가 판매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475만 명의 관객들이 영화를 보았으며 8점 대의 높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연기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10.26 사태가 일어나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재구성해 114분 동안 선보입니다. <파괴된 사나이(2010)> <간첩(2012)> <내부자들(2015)> <마약왕(2018)> 등으로 알려진 우민호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등이 출연합니다. 미국, 대만, 싱가포르, 일본에서도 개봉했습니다.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감상평

실화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실제 인물들을 대입해 보면 더욱 실감 납니다. 김재규를 대단한 혁명가인 양 미화하지 않고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한 인간으로서의 심리 표현에 중점을 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랜 동료였던 박용각을 살해하기로 결정하고 흔적도 없이 끔찍한 방법으로 시신을 처리한 것을 보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권력 앞에 조아리는 인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라고 변호할 수 없는 면모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병헌은 어떤 배역을 주어도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불안해하고 조급해하는 심리 묘사나 대통령을 죽인 뒤 불안정해 보이는 연기가 섬세합니다.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전적이 있습니다. 여러 작품에서 안정적이고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이희준은 김규평과 반대 성향의 곽상천 역을 맡아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데보라 역을 맡은 김소진은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인상 깊게 보았는데 딕션이 아주 좋은 배우인 것 같습니다. 전두혁 역을 맡은 서현우는 등장했을 때 누구인지 바로 떠오를 만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습니다. 금고의 돈을 가져가면서 대통령 책상을 바라보는 장면은 다음 상황을 알고 있는 국민으로서 상당히 씁쓸했습니다. 권력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인지 원래 그런 사람이 권력을 잡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영원한 것은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이 '한낱 사람을 믿는 어리석음'에 대해 이야기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배우가 다 한 영화. 역사적 사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은 분들에게 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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