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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많은 영화입니다. 잘 만든 영화인데 추천하기 망설여집니다. 그 장면에서 그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결국 그의 말은 사실이었는지, 거짓이었는지 계속 생각납니다. 머리가 복잡하고 진실을 알고 싶은 궁금한 마음에 차라리 영화를 보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겁니다. 보기 전에도 궁금하고 본 후에도 궁금한 영화입니다. 오늘은 영화 <곡성>의 줄거리와 정보를 살펴보고 감상평을 남기겠습니다.

 

줄거리

전라남도 곡성군 어느 시골 마을 지구대 경찰 종구(곽도원)는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고 사건 현장으로 향합니다. 마을에서 인삼을 키우는 조 씨와 조 씨의 아내가 살해당했고 현장에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 채 정신이 나가 있는 박흥국(정미남)이 수갑을 찬 채 앉아있었습니다. 경찰들은 치정에 의한 살인이라 생각하고 박흥국의 집을 조사합니다. 처마에 말라비틀어진 해골 모양의 금어초가 걸려 있고 창고는 피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창고의 한쪽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제단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깊은 산속에서 한 남자가 고라니 사냥 후 발을 헛디뎌 굴러 떨어지고 그곳에서 훈도시 차림의 노인이 산짐승의 내장을 뜯어먹고 있는 것을 목격합니다. 순간 노인이 사라져 당황했다가 자신의 뒤에서 기괴한 얼굴을 하고 달려드는 노인을 보고 남자는 비명을 지릅니다. 지구대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종구와 성복(손강국)은 살인사건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 앞에 선 나체의 여자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며칠 후 집에 불이 나 가족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발생합니다. 종구는 현장에서 정신 나간 것처럼 날뛰는 안주인에게 공격당하고 그 와중에 일본인 노인(쿠니무라 준)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 후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딸 효진(김환희)마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마을에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은 종구의 생각처럼 환각버섯 때문일지 아니면 성복의 말처럼 일본인 노인 때문일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보

영화 <곡성>은 2016년 5월에 개봉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영화입니다. <추격자(2008)> <황해(2010)>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나홍진 감독의 작품입니다.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등이 출연합니다. 687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고 8점 대의 높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156분의 러닝 타임은 결코 길지 않습니다. 37회 청룡영화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음악상, 편집상, 인기스타상, 53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여자배우상, 촬영상, 편집상, 조명상, 녹음상, 11회 아시아 필름 어워드 최우수 감독상, 5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작품상, 22회 춘사영화상 최우수 감독상, 37회 황금촬영상 시상식 연기대상, 아역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69회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습니다. 웨이브, 티빙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감상평

아주 묘하고 신기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문득문득 그 장면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심지어 관람 당시 스쳐 지났던 장면을 며칠 뒤 다시 생각하며 추리해보기도 합니다. 마치 뭔가에 홀린 것 같고 일광(황정민)의 대사처럼 미끼를 물어버린 것 같습니다. 대단한 감독입니다. 156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 타임 내내 관객의 팔목을 잡고 늪으로 계속 끌고 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정답을 줄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궁금증을 안고 꼼짝없이 끌려가게 만드는 것은 분명 감독의 힘입니다. <추격자>에서 피 튀기는 결말로 마무리하고 싶어 했던 나홍진 감독이 이 작품에서 한을 푼 것 같습니다. <추격자>에서 엄중호와 지영민이 이미 죽은 김미진의 신체 일부를 가지고 싸우게 하고 싶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제작사와 의견 대립으로 그렇게 표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아쉬움을 이 작품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김환희의 연기는 대종상 영화제 신인여자배우상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뭔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 무명(천우희)과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는 일광(황정민)도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나홍진 감독은 관람 후 계속 생각나게 하는 영화를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은데 <추격자>에서는 잘 짜인 각본과 깔끔한 표현방식을 사용했다면 <곡성>에서는 갑자기 툭툭 튀어나오는 의문에 대해 추리하게 만드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계속되는 의문과 추리의 늪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분들에게 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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