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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존재는 인간을 나약하게 만들고 더한 공포를 탄생시킵니다. 사제복을 입은 김윤석과 강동원의 모습이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오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악령에 대적하는 두 사제의 이야기, 영화 <검은 사제들>의 줄거리와 정보를 살펴보고 감상평을 남기겠습니다.
줄거리
김범신 베드로 신부(김윤석)는 마귀에 씐 여고생 이영신(박소담)을 구마 하려 노력하지만 장기간 실패하고 자신을 도울 보조 사제마저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는 신학교를 찾아가 학장 신부에게 보조 사제를 구해줄 것을 요청하고 최준호 아가토(강동원)를 만나게 됩니다. 최준호는 겉으로는 돌발행동을 하는 괴짜처럼 보이지만 어릴 적 여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품은 인물이었습니다. 합창연습에서 빼주는 조건으로 가볍게 승낙한 보조 사제 일이었는데 김범신이 보내준 자료들을 보고 들은 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낍니다. 구마의식에 필요한 물건들을 받으러 가는 과정에서 학장 신부를 통해 김범신 신부를 도우러 간 보조 사제들이 모두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김범신 신부를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첫 만남에서 자신의 과거까지 들먹이며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김범신 신부에게 최준호는 반감을 가집니다. 구마 의식을 위해 영신의 집으로 향한 두 사람. 영신의 집 옥상에 앉아있던 까마귀가 최준호의 머리 위로 화분을 떨어뜨리고 순간 김범신이 그를 잡아끌어 위기를 모면합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갑작스러운 현상에 놀란 최준호. 영신의 집에서는 한창 굿판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부족인 듯 무당들은 결국 실패하고 돌아갑니다. 구마 의식을 위한 준비를 하고 드디어 영신의 방으로 들어간 김범신 신부와 최준호. 침대에 사지가 묶인 채 자는 듯 누워있는 영신의 모습에 최준호는 긴장합니다. 자신은 괜찮다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영신. 김범신 신부가 구마를 시작하자 돌변해 욕설을 내뱉습니다. 의식이 진행될수록 방 안에서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영신은 섬뜩한 표정으로 입에 담기 힘든 저주를 퍼붓습니다. 과연 김범신 신부와 최준호 부제는 영신의 몸에 씐 마귀를 내쫓을 수 있을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보
영화 <검은 사제들>은 2015년 11월에 개봉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영화입니다. 장재현 감독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인 <12번째 보조 사제(2014)>가 원작이며 이미 원작은 15회 전주국제영화제 감독상, 13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감독은 2019년에 <사바하>를 제작해 오컬트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평가받습니다.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 김의성, 손종학, 이호재 등이 출연합니다. 544만 명의 관객이 영화를 보았으며 8점 대의 높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관객들은 연기와 영상미 부분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37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25회 부일영화상 여우조연상, 16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신인감독상, 5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 신인연기상, 21회 춘사영화상 신인여우상, 11회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최고의 여자 신인 배우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2021년에 같은 제목의 창작 뮤지컬이 개봉했고 소설로도 출간되었습니다. 넷플릭스, 티빙, 왓챠, 웨이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감상평
한국에서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영화는 흔하지 않습니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루더라도 대부분 흥미 위주라서 깊이와 디테일이 부족했습니다. 김윤석과 강동원이 천주교 신부 역에 어울리는 느낌이 아니었고 외국영화 <엑소시스트>를 비슷하게 흉내 낸 것이라면 그 실망감을 어찌 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성공적으로 의심을 날려버림과 동시에 108분 간 퇴마에 빠져들게 합니다. 한국에서 낯설고 다루기 힘든 소재로 이렇게 몰입감을 선사하는 감독은 분명 재능이 있습니다. 서양 신부의 행위와 한국 전통 무당의 행위를 통해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구마 의식을 경험할 수 있어 신선했습니다.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박소담의 빙의 연기가 화제였습니다. 구마 사제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는 모습이 섬뜩했습니다. 이영신이 구마 대상자이고 주연이지만 병원에서 정 신부와 김범신 신부가 만나는 장면은 놓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빙의된 정 신부와 그것을 알아차린 김범신 신부. 서로 태연한 척하며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은 마치 침대 밑에서 도둑의 발을 보는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서울 한복판의 화려하고 복잡한 거리 풍경과 다른 세계인 양 바로 옆 골목에서 일어나는 음침하고 외로운 사투가 대조적으로 연결되어 구마 의식을 더 극적으로 만듭니다. 갑자기 귀신이 등장한다거나 무서운 표정을 보여주는 식의 뻔한 장치가 아닌 최준호에게 갑자기 화분이 떨어지는 식의 일상적인 위협이 공포감을 선사했습니다. 돼지의 존재가 인상적인데 원작에서는 포도주가 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후반부 최준호가 마귀에 씐 돼지를 끌어안고 택시를 타는데 택시기사의 존재가 천사라는 이야기가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뻔하지 않은 신선한 오컬트 영화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영화를 추천합니다.